슈퍼앱 그랩, 금융시장까지 석권할까? 동남아시아 시장 제패했다

 한국인의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이 플랫폼으로서 카카오가 있으면, 동남아시아에는 그랩이 있다. 동남아 8개국 400여 도시에서 매일 사용하는 필수 앱이 바로 그렇다. 그랩은 카카오택시, 우버, 카카오페이와 뱅크, 배달의 민족, 퀵서비스 등을 모두 통합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어 이처럼 다양한 서비스를 한 앱에서 쓸 수 있게 슈퍼앱이다.

글러브는 이미 2014년 유니콘의 반열에 올랐고 2018년에는 동남아시아 최초의 데카콘이 됐다. 그리고 2021년 미국 증시 상장을 앞두고 있어 기업가치는 400억달러로 추산된다. 지금은 국내에도 잘 알려졌지만 실제로 그랩이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고 어떻게 성장하며 어떤 가치를 지닌 기업인지 잘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과연 카카오에 필적하는 기업인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그랩을 들여다보고 싶다.

출처 : 그랩

교통문제 솔루션에서 출발한 하버드비즈니스스쿨(MBA)에 다니던 앤서니 탄(Anthony Tan)과 풀링 탄(Hooi Ling Tan)은 말레이시아에서 택시를 잡기가 매우 어렵고 서비스가 열악한 데 착안해 택시를 예약 호출하는 애플리케이션 아이디어를 냈다. 졸업 후, 그들은 말레이시아로 돌아와, 2012년 「마이 택시 My Teksi」를 발매했다.

글러브의 시초는 이 마이 택시인 셈이다. 한국에서 2015년에 출시된 카카오 택시와 동일한 서비스이다. 출시 초기에는 택시운전사들이 스마트 이용에 익숙하지 않아 앱 사용자 확보에 애를 먹었지만 운전자들을 돌며 가입과 이용 방법을 일일이 알려주면서 점차 상황이 반전되기 시작했다. 택시운전사도, 손님도 앱을 이용한 호출이 편리하다는 경험이 생긴 것이다.

출처 : 그랩

아세안으로 눈을 돌려 말레이시아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그랩택시(Grab Taxi)라는 브랜드를 달고 2013년 8월 필리핀을 시작으로 싱가포르, 태국,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 진출했다. 그리고 우버와 그랩카(Grab Car)와 공유 자전거 서비스인 그랩바이크(Grab Bike) 서비스도 도입했다. 택시 앱에서 한 업그레이드된 교통서비스 플랫폼으로 포지셔닝하는 전략을 완전히 갖추게 됐다.

설립 2년 만에 6개국으로 시장을 확대했다. 신속한 해외진출은 글러브의 핵심 성장전략이다. 말레이시아는 인구 3,100만 명으로 상대적으로 작은 시장이지만 ASEAN 전체는 6억 7,000만 명의 거대 시장이다. 플랫폼 기업의 생사를 가르는 스케일업을 위해서는 그랩은 인근 국가로 가야 했다. 물론 동남아시아 대도시의 상당수가 유사한 교통 문제로 고통을 겪고 있기 때문에 같은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었다. 이런 글러브의 성장 전략은 잘 통했다. 동남아 전역에서 운전자와 이용자가 늘면서 전년 대비 800%나 증가했다.

소프트뱅크의 투자, 그리고 그랩페이 회사가 성장하는 만큼 그랩도 기술 부문과 인재 영입에 더 많은 투자가 필요했다. 2014년 12월 소프트뱅크가 그랩에 무려 2억5천만달러의 펀딩을 추진한다는 발표가 나왔다. 소프트뱅크가 우버나 디디보다 먼저 주목해 거액을 베팅한 회사는 그랩이다. 이 투자는 글로벌 투자가의 관심을 끄는 계기가 되었고, 한 단계 도약하는 발판이 되었다.

그랩페이_출처: 그랩 투자를 받은 그랩은 새로운 서비스를 많이 내놓았는데, 주목할 만한 서비스는 그랩페이(Grab Pay)이다. 카카오페이와 비슷하지만 신용카드나 체크카드가 없는 사람에게는 전자지갑 역할을 하면서 결제도 할 수 있게 돼 있다. 결제를 플랫폼에 포함시킴으로써 차량 공유에서 핀테크 기업으로 확장을 알리는 동시에 그랩 사용자를 자신들의 플랫폼에 묶어둘 수 있는 무기가 하나 더 생긴 것이다.

우버를 물리친 그랩, 하이퍼로컬리제이션의 동남아시아 차량 공유 시장은 그 어느 지역보다 빠르게 확대되고 있어 거대한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은 치열했다. 일반차 호출 서비스를 처음 선보인 ‘우버’는 2013년 동남아에 진출해 이미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그랩카의 등장으로 상황은 달라졌다. 승자 독식의 플랫폼 전쟁에서 물러서지 않은 양측은 막대한 현금을 쏟아 부었다.

배달시장까지 섭렵한 그랩_필자 제공

시간이 지날수록 그랩의 점유율은 높아졌다. 동남아 이용자의 니즈를 민첩하게 파악해 대응한 그랩의 힘이었다. 현금 결제, 다른 언어를 번역하는 서비스, 메시지 선택 기능, 콜센터 운영 등 모두 철저한 현지화, 하이퍼로컬라이제이션이 글로벌 스탠더드를 밀어낸 것이다. 결국 2018년 우버가 동남아 영업권을 그랩에 넘기고 물러나게 됐다.

슈퍼앱 길우버가 떠난 뒤 그랩은 동남아 차량 공유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모빌리티 기준으로 막대한 사용자를 보유한 그랩의 목표는 “Everyday Everything App”, 일상생활이 자신들의 앱 기반 위에서 성립되기를 바라고 있다. 바로 생활 속의 슈퍼앱이라는 점에서 카카오와 같은 비전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현재 그랩 서비스는 크게 모빌리티, 배달, 파이낸셜 서비스, 그리고 기프트 카드와 호텔 예약 등을 세트로 한 기타 서비스의 4개 부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팬데믹을 거쳐 배달(글러브푸드), 쇼핑(글러브마트), 퀵서비스(글러브익스프레스) 등 배달 부문이 가장 크게 성장했다. 온라인 결제가 늘어나면서 그랩페이 이용 건수도 크게 증가했다. 현재 동남아 식량배달과 디지털결제에서 그랩이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출처 : 필자 제공 카카오가 메신저를 기반으로 카카오페이나 카카오T 등 다양한 앱을 출시하며 성장해 이제 이들을 연결한 슈퍼앱이 되려는 전략이라면 그랩은 시작부터 모빌리티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하나의 플랫폼 위에 올려놓은 진정한 슈퍼앱 모델을 이뤄냈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는 금융전쟁, 그리고 물류전쟁=앞으로 가장 성장이 기대되는 부문은 파이낸셜이다. 금융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무려 4억 명이 넘는 동남아 시장에서 디지털뱅킹과 디지털금융 분야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된다.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지만 어느 플랫폼보다 많은 데이터와 사용자를 보유한 그랩이 우월한 지점에 놓여 있다. 이미 그랩 플랫폼을 이용하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운전사 등 파트너를 대상으로 대출 서비스를 하고 있으며 보험 판매(그랩인슈어)도 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디지털뱅킹 라이선스를 받았고 말레이시아에서도 라이선스 취득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황금시장을 글러브만 노리는 것은 아니다. 동남아 1위 커머스 쇼피를 보유한 SEA는 음식배달 서비스에 뛰어들어 인도네시아 캐피털은행(Bank Capital)을 인수하고 본격적인 금융전쟁에 뛰어들었다. 인도네시아의 슈퍼 앱 고지에쯔크은 고 페이를 바탕으로 피은텟크 기반을 닦고 자고 은행(BankJago)의 지분을 취득하고 본격적인 은행업에 발을 내디뎠다. 최근에는 이커머스 토코피디아와 합병해 고투그룹(GoTo Group)을 설립한 반면 고투파이낸셜은 별도의 사업으로 설정했다. 동남아 최대 디지털기업들이 너도나도 금융전쟁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커머스의 성장에 따라 동남아 업계의 또 다른 화두는 물류다. 주문은 늘었지만 배송 인프라는 그 속도를 아직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모빌리티 기반의 글러브는 파트너십을 통해서 라스트 마일의 배송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다.

미국 상장, 그리고 혁신과 스타트업, 그리고 4차 산업혁명이 화두로 떠오른 이래 동남아 시장에 디지털 혁신 리더이자 최강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기업이 그랩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랩과 그 라이벌 고젝은 2021년 미국 주식시장 상장을 예고했다. 미국 시장은 뉴페이스의 등장을 반기고 있다. 우선 미국 증시에 상장한 라이벌 SEA는 2020년 주가가 44달러에서 280달러를 넘어서며 동남아 최대 기업으로 우뚝 섰다. 한국 카카오는 연일 최고가를 기록하며 2~3위를 달리고 있다. 글러브는 과연 어떤 평가를 받을까. 글로벌 투자자들이 동남아의 가능성에 얼마나 가치를 부여할지 흥미진진한 기다림의 순간이다.

필자 고영경 Ph . D . in Finance , Adjunct Senior Lecturer , Sunway University Business School

· Job to be done의 실제 적합 사례는?• 그들이 시위를 한 이유는?·한국의 카카오, 중국의 위챗, 인도네시아의 고젝?·택시회사 ‘블루버드’가 공유차량 데카콘 ‘고젝’과 제휴한 이유 · 인도네시아 공유차량회사 고젝이 자이언트가 되기까지